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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 바깥은 여름> “노찬성과 에반“

이백순이 2023. 5. 2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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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 표지


김애란 작가님의 “바깥은 여름”의 두 번째 이야기, 노찬성과 에반 리뷰를 해보려고 한다. 찬성은 어느 날 고아가 된 아이이다.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지만 보험사에서는 고의로 사고를 당한 것으로 판단해 보험금 한 푼 받지 못했다.

그런 찬성은 할머니 밑에서 자라게 됐는데 할머니는 휴게소 졸음쉼터에서 운전객들에게 커피를 팔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찬성을 돌볼 여유는 없는 사람이었다.

스마트폰 하나 없이 외딴 산골에서 살게 된 찬성은 외로움을 느낀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어렸던 아이는 이제 열 살 소년이 되었고, 할머니도 졸음쉼터가 아닌 휴게소 안의 떡볶이 장사를 하게 되었다.

그러던 와중 휴게소에서 시간을 때우던 찬성이는 누가 봐도 주인이 바리고 간듯한 노견 에반을 만났다. 에반은 찬성이가 지어준 이름인데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의 이름이다.

하지만 에반은 아이가 아무리 에반이라고 불러도 반응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에반은 평생 다른 이름으로 살아왔을 테니까.

버려진 노견 에반을 만난 뒤로 찬성이는 더 이상 악몽을 꾸지 않는다. 삶에 지쳐 안식처가 돼주지 못한 할머니를 대신해 에반이 마음의 안정을 찾게 해 준 것이다.

그렇게 두 해가 지나고 이미 노견이었던 에반은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자꾸 주저앉고 아파하는 에반을 걱정한 찬성이는 그동안 모아 왔던 꼬깃꼬깃한 3만 원을 들고 신도시의 동물병원에 갔다.

그리고 듣게 된 의사의 진단, 에반이 암이란다. 사실 암이라는 질병은 노찬성이라는 아이에게 꽤나 익숙하다. 왜냐하면 찬성이의 아버지도 암으로 고통받다가 그렇게 되셨기 때문이다.

찬성이는 이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어렸을 적 자신이 아버지를 잃었던 것처럼, 소년이 된 현재의 자신도 에반을 잃지 않을까 마음 졸였을 것이다.

수의사 선생님께 이만오천 원어치만 검사를 해달라고 하는 찬성이의 모습이 나오고, 결국 에반은 안락사 권고를 받게 된다.

에반은 작은 개라 십만 원만 모으면 된다며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스스로 돈을 마련해 보려고 한다. 그렇게 마련한 십여만 원의 돈, 이제 에반을 고통 없이 보내주기만 하면 된다.

하필이면 돈을 다 모아서 동물병원에 간 날 보게 된 ‘상중. 주말까지 쉽니다’라는 말. 이것만 아니었어도 일이 잘 풀렸을까. 모르는 일이다. 삶과 죽음, 아직 어린 찬성이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찬성이의 눈에 평소에 가지고 싶던 물건들이 눈에 자꾸 밟힌다. 유심이 없어서 전화도 안 되는 먹통인 휴대폰에 유심도 사고, 에반의 이름의 유래인 터닝메카드의 캐릭터 상품도 산다.

그렇게 하나 둘 사다 보니 십만 원에서 어느새 돈이 한참 줄어있었다. 아이는 에반에게 말한다. 사흘만 기다려줘, 아니 조금만 더. 어느 날 아침 에반이 사라졌다. 그리고 휴게소에서는 포대 자루 안의 동물의 사체가 발견된다.

“아이, 진짜라니까. 그 개가 일부러 뛰어드는 것 같았다니까. 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찬성의 머릿속엔 할머니가 평소에 입버릇처럼 내뱉는 말인 ‘용서’라는 단어가 맴돌았다. 그리고 아이에겐 따뜻한 온기는 더 이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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