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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 작별인사>

이백순이 2023. 4. 26.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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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장편소설 작별인사

인간의 약점과 불편까지 구현한 휴머노이드는 마치 마법처럼 보일 거야. 이런 유명한 말도 있잖아. 충분히 발전한 기술은 마법과 구별되지 않는다


김영하 장편소설 작별인사의 한 구절이다.
김영하 작가님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작가님이다.
그런데 나는 작가님의 소설을 단 두 권밖에 읽지 않았다.
(앞으로 차차 읽어나갈 예정... 시간이 허락하는 한)

내가 처음 읽은 작가님의 소설은 살인자의 기억법이다.
살인자의 기억법도 소설로 먼저 접한 것이 아니고 영화로 먼저 보았다. 당시 김남길 배우님의 열혈사제를 보고 엄청난 팬이 되어서 필모를 다 찾아서 보다가 살인자의 기억법까지 보게 되었다.
(나는 한 배우나 감독 혹은 소설 작가의 작품이 내 마음에 꽂히면 필모를 다 보는 경향이 있다.)

영화를 다 보고 느낀 점은 이 작품의 원작을 꼭 찾아봐야겠다였다.
그래서 원작 소설이 구독 중인 밀리의 서재에 있는지 찾아보았는데 다행히도 살인자의 기억법이 올라와 있었다.
(현재는 밀리의 서재에 올라와있지 않다. 밀리의 서재는 일정 기간 동안에만 볼 수 있는 소설이 종종 있다.)

소설을 다 읽고 나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왜 유명 작가분인지 내가 왜 이때까지 읽지 않았는지 후회스럽기까지 했다. 작가님의 표현력, 섬세한 문체, 살아 움직이는 듯한 등장인물들까지.

읽은 지 꽤 됐지만 아직도 기억나는 것이 있다. 책 후미의 작가의 말 부분이다. 소설을 쓰다 보면 그런 생각이 난다고 한다. 사실은 소설을 쓰는 것이 자신이 아니고 소설 세계 속 등장인물들이 그려나가는 이야기인 것 같다고. 그야말로 살아 숨 쉬는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이다.

그때부터였다. 김영하 작가님의 소설이 내 마음에 들어온 것은. 그래서 어느 날 서점에 들렀을 때 김영하 작가님의 신작 작별 인사가 눈에 들어왔을 때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반가웠다. 그렇게 구매 후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작별인사는 먼 미래의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은 휴먼매터스 랩이라는 휴머노이드를 만드는 회사에서 연구진으로 일하고 있는 최박사의 아들이다. 주인공인 철이는 아빠의 따뜻한 보호 아래 선택받은 소수가 편안하게 살아가는 곳에서 생활 중이다. 그런 철이에게 인생이 바뀔만한 일이 일어난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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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던 점을 말해보자면 휴머노이드와 인간을 구분 지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점이었다. 최박사는 인간성이 인간과 휴머노이드를 구분 짓는 영역이라 했지만 과연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에게 감정이란 어쩌면 학습된 프로그램 같은 것이 아닐까? 문화적인 요소로서 전승되어 내려오는 것 같은 개념으로서 말이다. 이 책에서도 그런 근본적인 의문을 내던진다. 휴머노이드가 인간의 감정을 배우고 나면 인간의 효용성 즉, 가치는 없어지고야 마는 걸까 하는 것 말이다.

휴머노이드는 인간처럼 다른 사람을 해하지도 않고 미워하지도 않으며 자연을 해치지 않는다. 그리고 육체가 없어도 정신 체계 만으로도 존재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작별인사 속 휴머노이드는 인간과 그리 다르지 않다. 특히 죽음 앞에서 죽기 싫어 몸부림치는 휴머노이드를 보면 죽음을 두려워하는 인간이 떠오른다. 휴머노이드와 인간은 진짜로 차이가 있을까. 인간은 본인 스스로를 고등동물이라 칭하며 지구의 모든 생물을 소중하게 대하지 않는다. 본인들의 이익만 생각한다.

인간은 서로 사랑하는 법을 잊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존중하는 법도 잃어가고 있다. 그런 인간에게도 아직 희망이 있을까? 포기하지 않는 한 ‘인간성’이라는 것은 인간 고유의 특성으로 지켜지는 걸까. 그렇다면 그런 인간성을 잃지 않고 인류애를 잃지 않으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만 남는다.

작별인사 속에는 자신이 진짜 인간이라고 생각하게 프로그래밍된 휴머노이드도 존재한다.

그런데 철아, 너는 아직도 네가 진짜 아들이라고 확신해?


그리고 최박사를 제외한 다른 인간들도 인간의 시대는 저물어간다고 생각한다. 의식을 기계와 결합하면 그 의식은 육체 없이도 지금과 똑같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박사는 인간과 같은 감정을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휴머노이드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철이를 만들었다. 철이는 본인 스스로를 최박사의 아들이라고 생각하며 진짜 인간으로서 자란다. 하지만 어떠한 사건을 계기로 아빠의 곁을 떠나면서 선이라는 새로운 인물을 만나게 되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한다.

이 소설의 종국에는 인간이 거의 멸망한다. 휴머노이드가 인간에게 반기를 들며 인간이라는 존재는 도태되고 만다. 이것이 과연 소설 속 얘기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인간은 앞으로 더 나아야 가할 존재이다. 그렇지 않으면 정신은 여기 계속 머물러 있을 것이며 더 이상의 발전은 없고 황폐한 세상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작별인사에서는 그런 발전되고 통합된 정신을 우주정신이라고 부르는데 그것은 휴머노이드는 인간이든 일맥상통하게 적용되는 정신적 체계를 말한다. 우주의 시선으로 생각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 책에서의 휴머노이드는 기계와 인간과의 결합만이 불멸의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 연결 고리가 바로 철이었다. 철이는 휴머노이드자 인간이었고, 인간이자 휴머노이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철이는 그저 최박사라고 불리는 자신의 아버지가 자신을 기계가 아닌 아들로 봐주기를 원했고, 인간으로서 죽음을 맞이하기를 원했다. 바깥에서의 모든 체험으로 철이는 실제의 삶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철이가 스스로 인간으로서 죽기를 결정했을 때 선이라는 인간 여자아이를 찾아갔다. 함께 생사를 건너며 철이에게 큰 깨달음을 준 친구였다. 선이가 아주 오래전에 얘기했던 말이 있다.

끝이 오면 너도 나도 그게 끝이라는 걸 분명히 알 수 있을 거야.


끝이 왔고 그것을 받아 들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게 진짜 끝이 아니며 인간은 계속해서 머물러 있지 않고 자연으로 돌아가 또 그것이 반복된다는 것을 말이다.

작별인사는 인간의 인간성이란 무엇이고,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지 고찰하게 하는 책이었다. 나는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 하는 생각을 계속해서 하게 했다. 나는 인류애를 잃지 않고 잘 살아가고 있는지 상상할 수 없는 미래가 오면 내가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끊임없는 자기반성을 하게 하는 그런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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