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전 리뷰했던 책의 저자 이혜림 작가님이 미니멀리스트가 된 계기가 되었다는 바로 그 책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독서를 시작했다. 전의 글을 읽어 보실 분들은 아래 링크 참고 부탁드린다.
https://calculate93.tistory.com/144
내가 썸네일로 정한 사진을 보면 미니멀 라이프 전후의 집의 비포 애프터를 확실히 알 수 있다. 저 사진을 보고 있으면 갑자기 청소가 하고 싶어 진다. 정확히는 안 쓰는 물건을 버리고 싶다.
깨끗하게 정리된 집은 마음의 평안함을 가져다준다. 그래서 내가 마음속이 평안하지 않은가 보다.(지금 방이 매우 더럽다) 가족이나 친구들이 내 방을 보면 한마디를 꼭 던진다. “얘 넌 니 몸만 깨끗이 하고 방은 왜 이렇게 지저분하게 두니?”
처음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나만 깨끗하면 되는 거 아닌가? 방은 어차피 잠만 자는 장소인데 조금 더러우면 어때하고 말이다. 널브러져서 행거 위에 걸쳐져 있는 옷, 마구 뒤섞여 막상 찾으려면 보이지 않는 서랍 위의 화장품. 진짜 괜찮았던 걸까. 아니다. 마음 한 구석은 늘 불편했다.
치워야지 했지만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정리하게 된 계기는 옷에 파묻혀 그야말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 난 후였다. 정말 바보 같다. 그냥 매일 조금씩 정리하면 될 것을 필요한 물건만 두면 될 것을 미련하게 쌓아두고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을 때까지 외면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청소 혹은 정리라고 불리는 행위를 하게 됐을 때는 이미 해야 하는 일이 산더미처럼 쌓인 후였다. 후회했지만 어쩌겠는가. 내 업보다 생각했다. 청소는 꼬박 반나절이 걸렸고, 내 이단 행거에 있던 옷이 반절로 줄었고 미어터질 듯 가득 차 있던 서랍은 이제 반듯하게 닫히는 형태가 되었다.
그야말로 대청소였기에 무엇부터 해야 할지 처음에는 감도 잡히지 않았다. 처음에는 물건을 전부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대체 언제 뭐 때문에 산 물건이야 했던 것들을 모조리 버렸다.
그리고 정말 사용할 물건은 물티슈로 먼지를 다 닦아낸 후 말려주었다. 구석구석 먼지를 닦으면서 잃어버렸던 비싼 립스틱도 찾아내고 가구 위치도 조정하고 서랍 속의 모든 내용물을 꺼내 서랍 안 쪽까지 쓱싹 닦아냈다.
정리가 마무리될 쯤엔 가장 큰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가득 채우고도 남을 정도의 쓰레기가 생겼고, 헌 옷 수거함은 벌써 세네 번을 왔다 갔다 했다.
정리하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건 예전에는 설레었고 사랑했지만 지금은 그 물건이 그렇지 않다는 거였다. 그래서 미련 없이 버릴 수 있었다.
물건으로 행복해지는 건 아주 잠깐 동안이다.
작가님 말씀이 맞다. 쇼핑할 때는 너무너무 갖고 싶어서 신용카드를 사용해서라도 가졌던 물건이 주는 행복은 그때뿐이었다. 어느새 내 눈앞에서 없어져도 모를 만큼의 것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왜 매번 옷을 사도 입고 나갈 옷이 없다고 느낄까. 이 책에서는 그것을 익숙함이라는 감정 때문이라고 말한다. 익숙함을 부정적으로 표현하면 싫증이라는 단어도 될 수 있으니 말하자면 우리는 물건에 싫증을 낸다는 것이다.
그럼 그런 익숙함을 이겨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큰 고저가 없어야 한다. 너무 들뜨지도 너무 가라앉지도 않는 상태 말이다. 자신만의 중도를 찾아야 한다.
나는 엄청난 맥시멀리스트이다. 각종 스파 브랜드에 새 시즌 옷이 들어오면 꼭 구경을 해야 하고, 그것 중에 몇 가지는 꼬박꼬박 구매한다. 계절마다 옷을 사고, 유행에 따라 또 산다.
하지만 이 글의 제목이 무엇인가! 맥시멀리스트의 미니멀리스트 도전기인만큼 마음을 달리 가져보기로 했다. 놀러 갈 때는 하얀 셔츠에 청바지로, 직장에 갈 때는 슬랙스 바지에 반팔 니트나 티셔츠로 입어보자고 스스로 정했다.
이렇게 가장 많이 입기도 하고 스스로가 봐도 무난하고 어울렸다. 중도를 찾은 것이다. 이렇게 정하고 나니 더 이상 살 옷이 없었다. 하얀 셔츠는 벌써 두 장이나 있고 청바지는 다섯 벌이 넘는다. 매일 놀러 가는 것도 아니니 이 정도면 충분하다. 슬랙스 바지와 티셔츠도 넘칠 만큼 충분했다.
난 이때까지 왜 이렇게 유행에 집착하고 철마다 옷을 구매했던 걸까. 허무하기까지 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남는 돈으로는 진짜 사고 싶던 물건을 샀다.
나한테 잘 어울리고 실용적인 가방과 몇 년 동안 신어 낡았던 샌들을 버리고 똑같은 모델로 구매했다. 사실 사용한 비용은 비슷하다. 하지만 만족감은 완전히 다르다. 내가 정말 필요하고 좋아하는 물건을 샀으니까.
그전에는 그냥 이 시즌에 이게 유행 이래 하면 어울리지도 않는 스타일의 옷을 사서 입고 영 어울리지 않아서 버리고는 했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같은 돈을 써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니 마치 커다란 배를 운전하는 항해사가 된 기분이었다.
나는 운전하는 것을 무서워하면서 좋아한다. 초보 운전이라 아직 떨리지만 운전을 하면 오롯이 내가 내 갈 길을 정한다는 기분이 들어서이다. 특히 바닷가가 보이는 해안가를 드라이브할 때는 이대로 내 인생을 어떠한 억압 없이 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마저 들기도 한다.
이렇게 미니멀리스트 도전기에 대해 계속 쓰면서 든 생각인데 내 인생은 남이 아닌 내가 정하는 것인데 이제까지 너무 남의 틀 속에 맞춰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그것을 조금씩 내 것으로 가져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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