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obby

<다음 소희>내가 웃으면 세상이 나를 향해 웃어준다고 믿었던 소희

by 이백순이 2023. 5. 2.
반응형
[출처]네이버 영화 포스터

 

여러 영화 리뷰어 분들이 추천하셨던 영화 다음 소희.
봐야지 봐야지 하고 있다가 오늘에서야 보았다.
영화관에서 보려고 했지만 근처에 영화관에는 상영관이 없어서 네이버 시리즈온으로 구매해서 보았다.


https://serieson.naver.com/v2/mcode/214622

네이버 시리즈온 - 네이버 시리즈온

최신 영화와 방송,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감상하세요.

serieson.naver.com

 

<앞으로의 내용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주의해 주세요!>

 
 

반응형

 

보고 나서 나는 여러 생각에 잠겼다.
일단 내 사회초년생 때가 생각났다.
비록 지금 회사에서의 일은 아니지만 회사 선배랑 동석도 해보고 상사에게 혼도 났었다.
어릴 때는 버티는 게 답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답이 아닌 걸 안다.
어렸던 그 당시의 나보다 더 어리고 미성년자였던 소희가 겪었을 고통을 가늠하지 못하겠다.


 다음 소희는 1부 2부로 나누어져 있다고 보면 되는데 1부는 소희의 이야기, 2부는 소희의 사건을 조사하는 형사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영화는 우리 사회의 아픈 단면을 보여준다. 
소희는 미성년자 현장실습 노동자이다. 
학교에서 보낸 실습으로 콜센터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과정에서 사회의 제일 낮은 계층으로서 보호받아야 할 아이가 고통을 받는다.

 
 소희는 이런 말을 한다.
너무 힘들다.
너무 힘들다는 말이 맞다.
소희는 콜센터에서 일하면서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큰 모멸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어쩌면 이 모멸감을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을 것이다.
소희의 돌아가신 팀장님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재수가 없는 거야.
영화에서는 진상 고객의 전화를 받은 것이 재수 없다는 것으로 표현됐지만 소희는 어쩌면 자신이 재수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남을 위해서 웃음 지어줄 수 있는 소희.  
그런 소희를 누가 벼랑 끝으로 내몰았을까.
친구와 첫눈이 왔다고 깔깔대며 웃던 그날은 소희에게는 이제 더 이상 오지 않는다.

 
 특히 자신의 팀장님의 죽음을 목격한 소희는 엄청난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사측은 말한다.
마음을 추스르고 일을 합시다.
마음을 추스를 시간마저 주지 않는다.
그리고 부품처럼 바꿔 끼워지는 팀장.

 
 소희는 이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사랑합니다 고객님하고 있는 직장 동료들을 보며 사랑이란 단어가 진절머리 났을 것 같다.
팀장님의 추모마저 못 하게 하는 회사는 그저 문제를 덮기 급급했다.
차라리 관두지라고 말하는 친구를 향해 비빌 데가 있어야 관두지라고 말하는 소희의 심정이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좋아하던 오빠에게 사무직 여직원이 되었다고 한 것 해맑게 웃던 소희의 얼굴이 선하다.
넘어가자.
잊어버리자.
앞만 보고 가자.
새로 온 팀장은 이렇게 말한다.

 
 소희는 자신의 일에 회의감을 느낀다.
고객의 아들이 죽어 해지를 해야 한다는 전화에도 해지방어를 해야 하는 자신이 비인간적인 일을 하고 있다고 느낀다.
다른 어른들은 말한다.
계속 열심히 하면 되지.
소희의 마음은 이때 계속이라면 언제까지 계속이야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영원히 끝나지 않는 굴레처럼.

 
 그리고 회사에서는 현장실습 노동자 청소년들에게 거짓말을 한다.
인센티브를 줄 테니 열심히 실적을 쌓으라고 한다.
하지만 그 말은 거짓이었다.
소희는 거기에 대해 자신의 정당한 노동의 대가 들어오지 않았다고 항의한다.
하지만 사측의 팀장은 소희를 가난한 집에서 자라 돈에 집착하는 아이로 보았다.
이때 정말 화가 났다.
소희가 원한 건 돈이 아니다.
마지막 보루이다.
돈이라도 없으면 진짜 못하겠어서 정당한 대가라도 원한 것이었다.

 
 소희는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해서 응급실에 실려간다.
그때 부모님께 말한다.
엄마 나 회사 그만두면 안 될까?
소희의 마지막 간절한 외침도 흩날리는 눈 속에서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학교로 찾아간 소희.
나이도 많고 경험도 많은 한참 어른인 선생님께 힘들다고 말한다.
하지만 학교의 실적을 운운하며 세상 일이 다 그렇다며 마지막 소희의 희망의 끈마저 끊어버린다.


어른들의 기준의 맞춰진 소희.
부모님의 기대, 학교의 실적, 사회의 시선.


 한 겨울에 양말도 챙겨 신을 정신도 없는 소희는 그 이후로 정처 없이 어디론가 향한다.
마지막에 다 다른 곳은 한 강가.
소희는 그렇게 세상을 등진다.

 
 영화의 제2막은 소희의 죽음 이후를 그린다.
형사역의 배두나가 사건을 조사시작한다. 
딸아이의 시신을 확인하면서 형사에게 확실하게 해 달라는 아버지의 대사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
부검이라는 말을 배운 적도 없지만 부모의 마음으로 뭐라도 하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 절절했다.

 
 그리고 형사의 조사가 시작된다.
소희의 평소 생활을 되짚어간다.
컴퓨터나 태블릿 pc도 사지 못하는 소희의 가정환경도 알게 된다.
자살한 전 팀장이 내부고발자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형사는 소희가 갔던 장소를 다시 가본다.
소희가 바라보았던 마지막 풍경인 강물에 시선을 둔다.
그렇게 소희의 흔적을 거꾸로 따라가 본다.
그 아이가 느꼈을 감정을 떠올려본다.

 
  소희는 어떤 어른이 되고 싶었고, 어떤 꿈을 가지고 있었을까.
그렇다 소희도 무언가가 되고 싶은 아이였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 아이들이 가졌던 꿈을 포기하고 돈을 선택했는데 돈도 사실은 허상이었다.
허상을 쫓던 아이들, 소희는 얼마나 실망감이 컸을까.

 
 맨발로 경찰서로 쫓아온 아버지, 이런 사실을 몰랐던 부모님도 얼마나 억장이 무너졌을까.
가난이, 못 배운 것이 진짜 문제가 맞는지 모르겠다.


모르는 게 죄인가, 나는 모르는 걸 착취하는 사람이 죄라고 생각한다.

 
 형사의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는 사측 사람을 보면서 정말 같은 어른으로써 부끄러움을 느꼈다.
형사는 소희의 친구들도 차례로 만나게 된다.
그 친구들도 착취의 대상자였다.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어른들의 착취의 대상이 되고 희생되어야 더 이상 다음 소희는 나오지 않을까.

 
 형사는 소희의 죽음에 죄책감을 가지는 친구들을 차례로 만나면서 소희가 얼마나 정의감 넘치고 밝은 아이였는지 알게 된다.
사회가 아이들을 어떻게 착취하게 됐는지 깨닫게 된다.
그리고 세상이 비뚤어졌다는 걸 알게 된다.
형사가 말한다.

힘든 일은 하면 존중받아야 하는데 오히려 무시해.


 
 소희는 분명히 말했다.
선생님께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아냐고 너무 힘들다고 했다.
하지만 학교도 콜센터와 다를 바가 없다.
실적 판이 붙여져 있다.
하청의 하청의 하청에 아이들의 의견이나 적성에 맞지도 않는 곳을 보낸다.
이런 애들, 이런 일은 걔네가 원해서 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막을 수 있는 책임자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적당히 네가 참아라라고 강요하는 사회에 부딪히며 소희가 얼마나 절망스러웠을지 형사도 절절하게 느낀다.

 
 소희가 마지막으로 죽기 전 들렀던 슈퍼에 그런 글귀가 붙여져 있다.
내가 웃으면 세상이 나를 향해 웃어준다.
이 말처럼 세상이 흘러가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하다.
이게 맞는 세상인데 세상이 어긋났다.
사람들은 어긋난 세상이 맞는 세상인 척하며 어긋나게 살고 있다.

 
 형사는 그때서야 소희의 마음을 완전히 이해한다.
왜 그 가게를 나와한 한줄기 빛을 따라 소희가 세상을 등졌는지를 말이다.

 
 못 배우고 가난한 게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지어도 되는 것인지,
부모가 자식을 지키지 못한 이유가 되는 것인지,
그 아이가 꿈을 가지면 안 되는 이유가 되는 것인지,
모든 걸 포기해야 하는 이유가 되는 것인지를 말이다.

 
 밝았던 아이들이 개성을 잃고 꿈도 희망도 없이 살아야 하는 세상이 맞는지 말이다.
이 아이들에게 필요했던 건 힘들진 않은지 물어봐주고 들어주는 거였다.
소희의 죽음 이후로 뭔가 바뀐 게 있을까.
꿈 많던 소녀 소희, 그런 소희의 죽음을 누가 책임져야 할까. 책임질 수 있을까.

[출처]네이버 영화 스틸컷

 
 

반응형

댓글